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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트렌드,
다운사이징 지고 핏사이징 뜬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트렌드가 과거, 실속형 주거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다운사이징(Down Sizing) 현상’에서 ‘핏사이징(Fit Sizing) 현상’으로 넘어가고 있다.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내수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데다가 부동산 경기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다운사이징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러한 현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 장경철 대표(부동산퍼스트)

다운사이징 정의와 확산 배경
다운사이징(Down Sizing)의 정의를 살펴보면 사물의 소형화, 기업의 감량경영을 통칭하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쉽게 말해 ‘규모의 축소’라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주택시장에도 다운사이징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핵가족화로 1~2인 가족이 늘면서 가족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관리비가 많이 드는 큰 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 현금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투자 금액은 물론 크기도 줄이는 실속형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택뿐만 아니라 꼬마 빌딩·꼬마 상가·꼬마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에도 다운사이징(소형화) 바람이 불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 바람은 주택시장보다는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에 더 확산되고 정착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수익률을 중시하는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작을수록 선호도가 높고 수익률 면이나 투자가치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규제가 몰린 아파트의 반사이익과 초저금리 기조도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수익형 상품들이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끌 조짐이다. 다주택자들 위주로 집을 팔아 빌딩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50억원 미만 꼬마 빌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집값이 급등한 데다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세금이 크게 늘자, 주택을 처분하고 건물로 갈아타야겠다고 판단한 다주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주택자들이 그간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처분해 마련한 목돈을 주택에 비해 대출 규제가 적은 상업용 건물로 옮긴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빌딩의 경우 대출 규제가 적다는 점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의 상가건물 담보대출은 일반적으로 감정가격의 60%까지 나오며 금리를 높이는 조건으로 대출 한도를 70~80% 선까지 늘릴 수도 있다.
다음으로 상가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신규 상가의 면적이 갈수록 작아지는 ‘꼬마’ 점포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분양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나홀로 고객’과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매출(배달주문, 테이크아웃)이 늘면서 최적화된 소규모 강소 점포의 창업이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분양되는 상가의 개별 점포 면적이 5년 전의 절반 크기로 줄었는데, 5년 전만 해도 전용면적 66㎡(1층 기준)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전용 28~33㎡ 크기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상가 분양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상가업계의 분석이다. 취업난 여파로 소자본 창업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소규모 상가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피스시장에도 소형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소형 오피스는 규제가 거의 없으면서도 진입장벽이 낮고 위험부담도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딩을 통째로 팔거나 1개 층을 분양하는 등 단위 규모가 컸던 과거와 달리, 일반 오피스 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해 분양하는 섹션 오피스나 공유 오피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핏사이징 정의와 확산 배경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운사이징에 대한 단점이 하나씩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다운사이징 현상에서 핏사이징(Fit Sizing) 현상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핏사이징’이 인기를 끌며 중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주거용 부동산에서 공간경쟁이 치열하다. ‘핏사이징’이란 불필요한 주택 규모를 줄이고, 알맞은 규모나 공간의 크기를 정립하는 것을 말한다.
핏사이징의 확산은 실속보다도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활문화가 반영되면서부터이다. 어느 정도의 소비를 감안하더라도 편리하고 안락한 주거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핏사이징이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배경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의 정착과 코로나의 지속으로 인한 재택근무(직장인)와 원격수업(대학생 등)의 확산으로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비대면’ 주거 트렌드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건설사들도 새로운 특화평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다운사이징 VS 핏사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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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확산 배경 향후 전망 다운사이징 현상 1~2인 가구의 증가,
일코노미 소비 트렌드 등수익형 부동산 트렌드로
입지 구축핏사이징 현상 워라밸 열풍, 코로나 영향 주거용 부동산 트렌드로
확산 중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단지에 다양한 평면을 도입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위생관리에 신경 쓰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이 단순 거주 공간에서 다기능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이다.
이처럼 집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홈오피스, 서재 인테리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서재나 오피스 공간의 필요성은 높지 않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보편적인 상황이 된다면 홈오피스 공간이 필수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또 하나의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홈트레이닝’이다. 헬스장을 비롯한 각종 운동 시설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문을 닫게 되었고, 운동을 할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영상 채널을 이용해 운동을 시작하면서 최근 ‘홈트레이닝’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휴식, 일, 공부에 이어 운동도 집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하나의 공간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알파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 알파룸은 활용성이 많지 않았던 공간이었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이들에게는 서재가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홈트레이닝’ 공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중대형 아파트 선호 원인으로 주거 트렌드 변화가 손꼽힌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한 중대형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동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중소형 위주로만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중대형의 희소가치가 부각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청약 가점제에 밀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경우, 첫 내 집 마련을 아파트 대체재인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눈길을 돌리게 될 수밖에 없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도 아파트 못지않은 공간 활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3~4베이 평면에 테라스, 복층형, 알파룸 확보와 커뮤니티 시설 확충 등을 내세워 수요층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운사이징’ 현상은 아파트 등 주택시장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에서 트렌드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며, ‘핏사이징’ 현상은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타운하우스, 전원주택 등 주택시장에서 향후에도 트렌드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